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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변 사람들 : 일일이 반응하지 않을 침착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반격의 능력
    일상 2019. 10. 15. 13:26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어요'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니잖아요',  '아니다 사람이 먼저다. 희망이다.' 라며 마음속으로 외치던 나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다. 물론 소심하고 예민한 남의 감수성도 한 몫 하겠지만 그런 관계에 대하여 과하게 신경을 쓰게 되니 정리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날 모임과 다음날 친구와의 만남을 뒤돌아보니 더더욱 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이수정 심리학 교수

     

    연락 끊겼던 친구

    다툰 이후로 1년 넘게 보지 않는 친구를 보게 되었다. 

    왜 그런 상황이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보며 다시 예전처럼 따뜻한 관계 형성을 위한 자리라 생각하고 나갔다.

    오래간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얘기를 어떻게 풀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날은 추웠다. 저기 마른 넘이 말을 건다. '야 유니클로 잠바냐? 오랜만이다.' 뭐야 보자마자. '진짜 쇠가죽이야 인마~' 이게 첫 대화였다. 일단 배를 채우러 식당으로 들어가서 이런저런 시시컬렁한 얘기하고 2차로 맥주 흡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말투도 행동도. 전보다 마르고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게 확실해 보이는 그 친구와의 시간. 이게 아닌데. 좀 더 아름답고 반가운 분위기 되어야 하는데. 결국에 다시 만나자마자 다투게 되었다.

     

    1년 전 얘기를 추궁하는 나와 모르쇠 하는 친구. 그 밀당 사이에 겨우 말하게 되었다. 1년 전 다툼의 원인은 험담과 와전의 결과였다. 그 당사자에 대해 욕을 하고 이걸 죽여 살려 어쩌네 하며 의미 없는 고성이 오갔었고 결국 오해라기 보다는 미묘 복잡한 감정의 얽힘이었음 알게 되었다. 마치 풀리지 않는 연인들의 싸움처럼.. 이런 맘으로 왔던 게 아닌데 나 또한 응어리가 있어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결국 그 친구 놈은  우정의 그리움보다는 내 응어리에 대한 해결을 위한 만남으로 느껴졌고 엉망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간만에 만났는데 너무나도 친구 놈이 못나 보였다. 오해의 원인도 그렇고. 예전부터  원래 이런 면이 있었던 친구였던 거를 잠시 망각했던 거 같다. 그런 채로 아름다운 시절만 생각을 했다가 막상 보니 역시나 구질구질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말로는 다음에 또 보자 라며 뒤돌아서기는 했지만 다시 웃으면서 볼 수 있을까 싶다.

    '쓰레기'
    느꼈어, 인생의 쓰레기
    굳이 이어나갈 필요는 없는 거야.
    인생의 자잘한 정 기억
    한순간에 다 지워간다.
    쓰레기.

    뒤도 안 돌아보고 택시를 타며 이런  말도 안 되는 글은 왜 적었을까? 그 당시에 감정을 그대로 옮기고 싶었을까? 그 친구에게서 가장 보기 싫었던 모습을 1년 만에 만나면서 재차 확인을 하니 질린 것 같다. 쩝.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 앞으로 그 친구와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도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이젠 어떻게 돼도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지금 여유가 없는 상황일지라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준다는 건 나도 견디기 힘들다. 이전 따뜻하고 심적으로 기댈 수 있었던 대상으로 느껴졌던 친구는 어찌 보면 허상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가끔 소주 한잔하며 고민 털어내는 그런 친구 중의 하나라 생각하고 유지하려 했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였던것 같다. 좋은 내가 되어야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인가? 돌아보면 나도 문제가 많다. 예민하고 때론 이기적이니. 잘 받아주고 감싸주는 성격이었다면 무난히 잘 만나고 있었겠지. 하지만 아직도 남자 놈끼리 대놓고 감정싸움을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다시 사과하고 만나? ㅎㅎㅎ 달라질 것 같나? 안 맞는 대상인 거다. 서로 존경 따위 없는 그런 관계. 품격 따위는 없는..

    언젠가 보낸  카톡 내용 중 너'와 비슷한 상대랑 놀아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가만히 보면 잘 나가는 친구보다는 흔히 말하는 루저들만 만나는 것 같다고 와이프가 얘기한 적이 있다. 잘난이들과 나 자신의 비교가 싫어서인가? 만나고 싶어 하는 대상들을 보며 나보다는 덜한 상대만 고르고 있는 건 아닌지. 자격지심, 열등감 때문인지. 모임에서 점점 그런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확실한 건 친구와 주변인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할 시기이다.

     

    모임 :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  

    이젠 다른 모임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그저 혼자라는 게 싫어서 이어가는 의미 없는 맹목적인 만남이었을까? 김영하 작가의 글을 읽고 바로 공감하게 된다. 불편하고 피곤한 가운데에서도 굳이 맞춰 갈려했던 이유는 뭘까? 저 말대로 친구라는 게 별로 중요해지지 않게 되었다. 또 외롭고 술 한잔 하고 싶을 때는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전처럼 모든 걸 쏟아내고 맞춰주는 일은 없어질 것 같다. 적어도 이전보다는.

    특히 모임 같은 경우는 나름 인맥관리이랄까? 같은 동종업계 뭐 그렇다고 나랑 하는 일이 같다기보다는 IT 종사자라는 공통점을 묶어 여태 연을 유지해나갔었다. 나 혼자인지는 모르겠으나 불편해진지는 이미 오래전이었고, 톡방이나 오프에서 만남의 대화를 되새겨보면 좋은 얘기보다는 불쾌함, 눈치, 애써 눈웃음 짓는 자신만 떠오르게 된다. 물론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도 상처 받고 불편함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혹여나 이직에 도움이 될까 봐? 기술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라는 마음에 불편을 감수하고 유지하는 건 아닐까? 진심으로 속을 털어놓기도 불편한 자리. 뒤돌아보면 조롱이었나라는 의문이 생기는 모임. 이걸 왜 유지하는 걸까? 요즘은 오히려 와이프랑 얘기하는 게 더 편할 때가 많다. 솔직히 터놓고 얘길 해도 불편하고 찜찜하기보다는 있는 나를 다 보여줄 수 있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공감하는 것처럼은 보이니.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내가 그들 앞에서는 약점을 잡히기 싫어서 더더욱 이러는 걸까 싶은 마음도 든다. 약점은 곧 듣기 싫은 조롱거리로 느껴지니 그러는 걸까? 과민하게 반응한 거 일수도 있다. 하지만 여태 봐왔지만 내 힘듦에 대해서는 위로보다는 '관망', '구경거리'로 밖에는 안 느껴진다. 필요 이상 징징댄 거여서 그들도 그런 반응을 보일 수 도 있다. 어찌 됐든 속시원히 토로하는 자리는 아닌 걸로 되었고 그 대상에게 굳이 내 약점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 관계를 끊었어야 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다. 확실한 건 그 전일이 영향이 준다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끊지 못한 건 명확한 바보짓이었다. 왜 난 그럴 때는 순진한 걸까. 이제와 생각해보니 참... 멍청한 짓이었다.

     

    어차피 모임은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을 해보자. 

     

    욕심일지도 모른다. 끊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완벽한 관계에 대한 욕심. 세상에 없는 그런 관계를 원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살기 위한 정보공유의 자리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원하며 과하게 몰입을 하다 보니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도 있는 것이다.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그 자리에서는 불편함을 사서 얻지는 말자. 의도적인 조롱이나 불편함을 준다면 대응을 적절하게 해야 한다. 그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일일이 반응하지 않을 침착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반격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지 분노와 흥분은 필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완벽한 존재가 되려는 욕심을 버려라. 그러한 생각에 벌어지는 일들이 나중에 자격지심으로 보일 수 도 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자신을 희화하지 말고 망가뜨리지 말아라. 자학 개그 하지 말란 말이다. 

     

    마흔둘이다. 이 적지 않은 나이에 볼썽사나운 일 그만 만들고 자신에게 집중하자. 차라리 좋은 옷을 사 입던지, 여행을 가던지. 시간과 돈. 그만큼 투자했지만 결국에 뭐가 돌아왔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존재들을 만나려고 하자. 마냥 편하고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만 하는 대상을 찾다 보니 이리된 거 일수 도 있다. 시간과 감정의 낭비는 그만하고 좀 더 나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며 영혼을 풍요롭게 만들도록 노력하자. 

     

     

    김영하 작가의 '친구'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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